우리가 성경이라고 부르는 이 책은 단순히 종교 문서를 넘어, 세계사를 바꾸고 언어의 기준을 세우며 문화와 정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세상을 바꾼 책’입니다. 그 중심에는 1611년 영국에서 출간된 킹제임스 성경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성경이 특별하며 어떤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1611년 5월 2일, 전능자 하나님의 섭리로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등장했다. 그것은 수많은 영혼을 구원으로 이끈 책, 바로 영어 킹제임스 성경(KJB)이었다.”
종교 개혁과 암흑시대
15세기까지 유럽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절대 권력 아래 있었습니다. 성경은 라틴어로만 쓰였고 일반인은 읽을 수도 없었습니다. 교회의 부패와 타락은 성경의 내용을 감추거나 왜곡시키기에 이르렀고, 신앙은 교리가 아니라 성직자의 해석에 의존하는 체제가 되었죠.
그러나 16세기에 마르틴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자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각자의 언어로 읽을 권리”를 주장했고, 성경을 번역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윌리엄 틴데일은 영어로 성경을 번역하다가 결국 화형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죽기 직전 “주여, 영국 왕의 눈을 열어주소서!”라는 기도를 남겼습니다.
제임스 1세의 즉위와 새로운 변화
이 기도는 놀랍게도 1611년에 응답됩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후계자 없이 사망한 후, 그녀가 지명한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 6세가 잉글랜드의 제임스 1세로 즉위하게 되죠.
제임스 1세는 단순한 왕이 아니었습니다. 히브리어와 그리스어에 능통했고, 신학과 정치에 대한 이해가 깊은 지식인이었습니다. 그는 당시 교회 내의 갈등(감독파 vs 청교도)을 해결하고자 1604년 햄튼 코트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청교도들은 하나의 단일하고 권위 있는 성경을 새로 번역해 줄 것을 요청했고, 제임스는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번역 프로젝트
제임스 왕은 약 50명의 최고의 언어학자, 신학자들을 소집해 킹제임스 성경의 번역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히브리어 마소라 본문(구약)과 그리스어 공인본문(Textus Receptus, 신약)을 바탕으로 성경을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했습니다. 특히 번역의 공정성을 위해 다단계 검토 시스템이 도입되었고, 각 단어의 의미와 문장 구조 하나하나까지 철저하게 교차 검토되었습니다.
이 번역 작업은 7년간(1604-1611) 진행되었고, 마침내 1611년 5월 2일, 『The Holy Bible, Containing the Old Testament and the New』라는 이름으로 킹제임스 성경(King James Bible, KJB)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왜 ‘세상을 바꾼 책’인가?
KJB는 단순한 성경 이상이었습니다. 당시 영어는 아직 문법과 표현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KJB는 언어의 기준을 제공하며 문학적으로도 대작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셰익스피어와 함께 영어를 가장 아름답게 만든 책으로 불리며, 정치, 윤리, 문학, 사상, 교육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쳤습니다.
무엇보다 KJB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졌습니다.
-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보편적 성경
- 개인의 신앙과 구원을 위한 진리의 말씀
- 교리적 기준으로서의 최종 권위
- 타락한 종교권력을 견제하는 말씀의 방패
이 성경은 미국 독립정신, 영국 제국주의, 근대 민주주의 이념의 형성에도 깊이 영향을 미쳤고, 전 세계 300여 언어로 번역되어 수억 부가 유통되었습니다. 어떤 책도 이처럼 폭넓은 영향력을 발휘한 적이 없습니다.
결론: 오늘 우리에게 주는 의미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킹제임스 성경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비록 현대에는 다양한 역본들이 존재하지만, 원문의 보존성과 번역의 일관성 측면에서 KJB는 여전히 독보적입니다.
이처럼 킹제임스 성경은 단순한 종교 문서가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책이며,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복음의 진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결정체입니다.